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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과학, 철도 도시로 알려진 대전은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근대역사문화도시’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경부선 철도의 빠른 건설을 위해 기존의 노선을 변경해 대전을 경유지로 포함시켰다.1904년 초 경부선 철도의 공사가 시작되면서 이 공사에 참여하는 일본인이 대전에 거주하기 시작하였고, 당시 지어진 건축물들의 일부가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전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총210채의 근대건축물이 보존되고 있으며, 그 중 원도심(동구·중구)에만72.38%의 근대건축물들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은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문화유산을 활용하는 원도심 근대문화예술특구를 지정했고, 9개 건축물들을 거점으로 ‘근대문화탐방로’를 조성하였다.
이렇게 원도심은 대전의 원래 중심가로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성심당을 비롯해 으능정이 스카이로드를 주로 찾는 요즘, 근대문화탐방로를 따라 색다른 대전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구)산업은행
1937년, 조선식산은행으로 건립된 건축물로 일제의 대표적 경제 수탈기구였다. 당시 만주와 독일에서 수입된 테라코타가 외벽에 사용되어 대전의 근대건축물 중 가장 수려하다는 평가를 받는 건축물이고, 일제강점기관청 건물의 보편적인 형태인 르네상스풍의 견고하고 근엄한 분위기를 풍긴다.
현재 이 건물은 안경원으로 쓰이고 있으며 내부에 조선식산은행 당시 사용했던 금고가 보존되어있다.
목척교
대전의 3대 하천 중 하나인 대전천에 최초 다리인 목척교는 1912년 건설된 폭 5m, 길이 70m 크기의 나무다리였다. 목척교는 철거와 복원을 반복하다 2010년 복원과 구조물 설치공사를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데, 축제와 연계된 철재 조형물에 조명을 설치하고 레이저 조명쇼를 진행하게 되면서 대전의 새로운 야간명소로 재탄생했다.
(구)대전부청사
중앙로역 1번과 2번 출구 사이에있는 (구)대전부청사는 1937년 건립된 대전시의 첫 시청사이자 근대 모더니즘 건축양식이 집약된 희소성 높은 근대문화유산이다. 특히 철근콘크리트조 건물로 당시 기술적으로 적용하기 힘들었던 비내력벽 기법과 중앙기둥 덮개와 원형 창, 대형 커튼 홀 창호 등 기능주의 양식이 돋보인다.
1996년 민간에 매각되어 리모델링으로 외부가 변형되었지만 내부는 건립 당시의 형태나 요소들이 잘 남아있는 상태라 역사적으로 충분히 의미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근대문화탐방로 초입의 3종 건축물을 살펴보니, 근대와 현대가 이어지고 또 시대에 적응한 용도로 활용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건축물들을 포함한 다른 근대건축물들이 민간에 매각되어 방치·훼손되는 문제, 고택이나 대전역철도보급창고 등 재개발·관리 문제로 잃어버린 문화유산이 상당하다는 점은 끊임없는 비판의 대상이었다.
이에 대전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2023년 3월부터 2024년 6월까지 50년 이상 된 근현대건축물을 전수조사하기로 했고, 그 결과 300여 개소의 건축물이 문화유산으로 등록할 만한가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기수 대전시 문화예술관광국장은 “이번 전수조사를 토대로 근현대건축 유산을 미리 보호하고 관리체계를 수립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전수조사 결과를 통해 근대건축물의 보존과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해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대전시가 문화유산 보존의 첫걸음을 떼고, 근대역사문화도시 정체성을 지키려는 만큼 우리 또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근대 건축물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글 김예지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