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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호] 익숙함 속에서 다시 만난 나 4박 5일 도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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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강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나는 곧바로 여행길에 올랐다. 자유로운 시기가 오면 꼭 국내외를 마음껏 여행하겠다는 다짐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품어온 나의 오랜 바람이었다.그 다짐 속에서 자라난 나는 마침내 성인이 되어 대학교 네 번째 학년의 종강을 맞은 6월 13일, 잠시나마 그 약속을 실현하고자 길을 나섰다. 이번 여정의 목적지는 일본 도쿄였다.사실 일본은 이미 여섯 차례나 다녀온 익숙한 곳이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결코 잦은 방문은 아닐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되풀이된 선택이었다. 평소 나는 같은 장소를 반복해 찾기보다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새로운 나라를 발굴하는 쪽을 선호해왔다.그럼에도 이번 여행지를 다시 일본으로 정한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당초 계획은 튀르키예나 호주 같은 낯선 대륙을 탐방하는 것이었지만, 종강 직후 일정상 학교를 다시 방문해야 하는 상황 탓에 장거리 이동은 어려웠다. 결국 가장 익숙하면서도 타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접근성 좋은 일본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함께 떠난 동생은 이번이 일본 첫 방문이라는 점도 도쿄행을 결정짓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총 4박 5일간의 짧지만 밀도 높은 일정이 이어졌다. 동생과 나는 여행 성향이 상당히 달랐기에 첫째 날과 넷째 날을 제외하고는 각자의 방식으로 도쿄를 경험했다.첫날은 숙소에 함께 도착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일정을 공유했고 넷째 날은 함께 도쿄 디즈니씨를 방문했다. 그 외의 시간에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하루의 끝에는 마주 앉아 저녁을 함께하며 각자의 하루를 나눴다.이번 도쿄 여행은 단순한 반복 방문이 아니었다. 익숙함 속에서도 매번 다른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사유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거리의 소리, 사람들의 표정, 계절의 공기. 그 모든 것이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왔다.특히 동생의 첫 일본 여행을 곁에서 지켜보며 처음이라는 감정이 지닌 순수한 호기심과 설렘이 여행의 깊이를 더해 주었다. 반복되는 장소도 관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여행이 단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마음의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같은 거리와 풍경이었지만, 동생의 신선한 반응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 또한 처음 보는 듯한 시선으로 도쿄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익숙하던 골목도 새로운 표정으로 다가왔고, 무심히 지나쳤던 장면들이 각기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졌다.도쿄에서 보낸 5일은 비록 짧았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내면의 작은 떨림들과 생각의 갈래들이 정리되는 듯한, 차분하면서도 다층적인 여행이었다. 익숙한 공간에서도 새로운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행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했고, 반복된 풍경 속에서 나 자신의 변화와 성장의 흔적을 마주할 수 있었다. 때로는 낯섦보다 익숙함이 더 깊은 통찰을 선사한다는 것을 이번 여정을 통해 다시금 실감했다.글 김나연 기자
  • 등록일2025-07-03 13:32:20
[551호] 한국 민주주의, 정당 없는 광장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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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때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던 한국 민주주의가 오늘날 심각한 위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강력한 대통령 직선제, 독립적인 선거관리위원회, 견제와 균형을 위한 대법관 임기제 등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제도가 작동하는 현실의 모습은 우려를 낳는다.정치의 일상은 점차 민주주의의 규칙보다는 정치적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극단적인 정치 혐오와 양극화, 민주주의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책 에서는 민주주의의 붕괴는 쿠데타나 혁명이 아닌, 제도 안에서의 규범 파괴와 반민주적 연합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경고한다. 이들의 논의는 미국 정치를 배경으로 하지만, 오늘날 한국 정치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여야 정권 교체 이후 꾸준히 높은 정치체 점수를 유지해 온 한국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정당 간 적대, 정체성 정치, 광장 중심의 정치 동원 등 민주주의 규범을 위협하는 징후들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무엇보다도 정당 정치가 사실상 광장 정치에 자리를 내주면서 민주주의의 기본 단위였던 정당의 역할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제도적 절차를 통해 갈등을 조정하기보다는, 대규모 집회나 SNS를 통해 여론을 동원에 의존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 이러한 전략은 정당 내부 숙의와 타협 과정을 생략한 채, 다수의 목소리를 민심으로 포장하여 정책 결정을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나타난다.특히 2016년 촛불집회의 긍정적 경험은 상시적인 광장 정치의 기반이 되었고, 정치인들은 정당 내 책임보다 거리의 이미지 관리와 팬덤 동원에 집중하게 됐다.이러한 정치 환경은 정치적 정당성과 동원 능력을 동일시하게 만든다. 대규모 집회는 정치적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고, 반대 의견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위축된다. 정치 경쟁은 정책과 비전보다 생존을 건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다.대통령의 사면권과 입법 거부권이 정쟁 수단으로 남용되고, 국회의원 3분의 2 동의가 필요한 탄핵제도조차도 정치적 무기로 일상화되고 있는 현실은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데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정치의 사법화 역시 심화되고 있다. 정책과 정치적 분쟁이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면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실질적인 정치 행위자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법정에서 패소했을 때 이를 수용하지 않고 사법부의 권위를 부정하는 움직임은 향후 민주주의 체제의 안정성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논란은 한국 정치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시민들의 강한 저항은 제도 밖에서도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지만, 이후 펼쳐진 정치 상황은 광장 정치의 위험성과 정당 정치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선거 불신, 음모론, 정치인의 책임 회피는 미국식 탈진실 정치와 닮아가고 있으며, SNS와 여론전은 정당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정당은 이제 정책보다는 팬덤과 동원력으로 움직이며, 광장에서 부상한 정치인이 당을 장악하고 대통령은 여당 위에 군림한다. 의회는 여야의 극단적 대립 속에 정쟁의 무대가 되었고, 정당 내부의 자율성은 실종됐다.민주주의 회복은 제도만으로 불가능하다. 갈등을 제도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광장에 맡기면 민주주의는 본래의 궤도를 잃게 된다. 정치인들은 책임 있는 지도력으로 정당 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시민들은 비판적 참여를 통해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스스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을 지키려는 시민의 의지와 정치인의 절제가 함께할 때만 민주주의는 비로소 지속될 수 있다.글 조혜원 기자
  • 등록일2025-07-03 13:31:34
[550호] 사랑이 부족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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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의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사람들을 언제어디서든 연결하게 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모두가 시공간을 넘어 연결된다는 번지르르한 겉모습에 비해 내면은 텅 빈 고립감에 시달린다. 이 시대에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기술도, 경제도 아닌 사랑의 결핍이다.사랑이라고 하면 흔히 개인 간의 감정적인 관계를 떠올리기 쉽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더 넓은 의미를 지닌다. 타인에 대한 이해, 공감, 존중, 관심을 포괄하는 인간다운 감정이자사회의 본질적인 기반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점점 타인에게 무관심해지고 불신과 혐오의 시선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된다.특히 SNS를 통해 익숙해진 비난 문화는 이제 현실에서도 거리낌 없이 드러나고 있다. 익명성과 속도에 길든 사람들은 누군가의 실수나 다름에 대해 참거나 이해하기보다 단호하게 지적하고 몰아세우는 데 익숙해졌다. 타인을 향한 언어는 거칠어졌고, 툭 던진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공공장소나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도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는 비판이 앞서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더욱 심각한 것은 SNS에 올라온 비난적 게시글을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개인의 관점이 아닌 집단의 감정에 휩쓸려 판단을 내리는 일이 많아지며, 사실 확인 없이 확산되는 무분별한 혐오가 사람 간 신뢰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체에 사랑과 공감이 결핍되어 있다는 증거다.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의 인격 전체를 부정하고 삶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태도는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사랑이 자리해야 할 곳에 차가운 판단과 감정적 폭력이 들어섰고, 그 결과우리는 서로를 점점 두려워하고 경계하게 되었다.이러한 정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다. 아이들은 공감보다 성과를 먼저 배우고, 어른들은 여유와 배려보다 생존을 우선시한다. 공동체는 약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벽이 되어가고 있다. 이처럼 사랑이 사라진 자리는 고립과 외로움, 그리고 무관심이 차지한다. 이러한 사회는 결국불안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도 어려워진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며, 관계의 본질은 결국 사랑이기 때문이다.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것은 거창한 사회 시스템이 아니라, 작지만 진심 어린 관심이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작은 친절을 건네며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더 이해하고 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사랑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다.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나 기술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사랑이다. 그 회복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적 진보의 시작이 될 것이다.글 정수빈 기자
  • 등록일2025-05-14 13:38:07
[550호] 용문산을 오르며 돌아본 나의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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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에게나 그런 산이 있다. 멀리서 보면 그저 높은 봉우리일 뿐인데, 막상 그 산을 오르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달라진다. 나에게 그 산은 지난연휴 때 다녀온 경기도 양평의 용문산이었다.등산을 자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봄바람이 불어오던 날 친구의 제안으로 무심코 따라나선 여정이었다. 그러나 그 무심한 한 걸음이 어느새 나를 흔들고 있었다.용문산은 해발 1,157m로 경기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이다. 생각보다 위엄 있는 산세를 자랑한다. 그곳의 초입에서 나는 천년의 숨결을 간직한 은행나무 앞에 섰다. 수령 1,100년 이상, 높이 40미터가 넘는 거목은 그 자체로 말이 없었다.용문산은 신라 신덕왕 2년(913년)에 창건된 사찰 용문사와 함께 역사와 시간을 함께 품고 있다. 경내에 들어서면 대웅전과 삼층사리탑, 나한상이 모셔진 미소전 등 고즈넉한 공간들이 등산객을 맞는다. 그 안에서 나는 문득 시간을 버틴다는 것에 대해생각하게 되었다. 나무도, 사찰도, 바위도, 그리고 저 멀리 지나간 사람들도 그 시간 속에 무엇을 지키고 있었을까. 바쁘게만 살던 내 일상 속에서는 쉽게 할 수 없던 질문이었다.등산로는 마당바위, 가섭봉을 지나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왕복 8.1km, 순수 등산 시간만 3시간이 넘는 길이었다. 헉헉대며 돌길을 오르며 나와 묵묵히 대화를 나눴다.이렇게까지 올라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중간에 만난 이름 모를 계곡과 휘청거리며 웃던 사람들의 모습이 내 의지를 조금씩 붙잡았다. 그리고 가섭봉 정상에 올랐을 때, 그곳에는 그저 바람뿐이었다. 세상을 다가진 듯한 풍경은 없었지만, 가슴 속 무언가가 가벼워졌음을 느꼈다. 하산길에 마주한 청춘뮤지엄이라는 복고테마 전시관에 들렀다. 1980-90년대 학창 시절의 물건과 풍경들이 반갑게 맞았다. 그것은 내 삶 이전의 시대이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하고 따뜻했다. 누군가의 청춘이었던 시간이 지금의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용문산 아래 식당에서 맛본 더덕구이와 쌈밥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다. 고된 산행 후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그 한 끼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달래주었다. 오롯이 자연 속에서 걷고, 보고, 먹고, 쉰 하루. 나는 그날, 내가 놓치고 살았던 것들을 하나씩 주워 담는 기분이었다.사람들은 종종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것을 본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번 용문산 여행을 통해, 오히려 오래된 것을 통해 새롭게 느낀 것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깨달음은 버팀이었다. 오래된 나무가 뿌리를 깊이 내리듯이 나도 내 삶의 어떤 가치들에 대해 더 단단히 뿌리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높이보다는 깊이가 중요하다는, 당연하지만 잊고 살아온 교훈이었다.글사진 이현준 기자
  • 등록일2025-05-14 13:37:26
[549호] 우리가 만들어낸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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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글맘 사오리는 아들 미나토의 이상한 행동이 걱정되어 학교를 찾아가 선생님에게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선생님과의 대화 속에서 서로의 입장이 엇갈리며 의심과 오해는 점점 깊어져만 간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감춰졌던 진실이 드러나며 모든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영화 은 총 3개의 파트로 나뉘어 전개되며, 사오리의 시선으로 영화가 시작된다.사오리의 시선싱글맘 사오리는 미나토의 행동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아들이담임인 호리 선생에게 학대당한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에 방문하게 된다. 사오리는 차분히 설명하지만, 교장과 교직원들은 성의 없는 답변과 형식적인 사과만 반복한다. 이 장면을 볼 때 이 영화의 괴물은 학교구나라고 생각했다. 사오리는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매일 학교에 찾아간다. 어느 날 참고 있던 호리선생이 미나토가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충격 발언을 한 후 선생의 시선으로 내용이 새롭게 전개된다.호리 선생의 시선호리 선생의 시선에서 미나토의 친구 요리가 새롭게 등장한다. 미나토는 요리 관련한 일에 있어서 자주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다. 학교 측은 미나토의 장래를 위해 얘기하지 않고 무덤덤한 태도를 보인 것이었다. 사오리의 집착과 미나토의 거짓 증언이 더해져 사건은 더 악화되어 결국 호리선생은 기자회견에서 사실이 아닌 자기 잘못을 사실로 인정해 버리며 몹쓸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버린다. 사오리의 시선에선 너무나 가식적이었던 학교 측이 호리 선생의 시선에선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이 장면을 통해 괴물은 미나토구나라고 다시 생각했다.미나토의 시선사실 미나토와 요리는 우정이 아닌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요리는 이 감정을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아버지에게 돼지의 뇌라고조롱을 받으며 학대당하고 있었다. 미나토는 정체성이 확립되지도 않은 시기에 이 감정에 대해 혼란스럽고 두려워하며 요리와의 관계에 용기 내지 못했다. 요리는 반 아이들이 괴롭히는 대상이었기에 더욱 친분을 숨기고 싶어 했고, 그로 인해 사건을 크게 만들어 버렸다. 미나토의 시선에서 밝혀지는 사실은 미나토도, 요리도, 학교도, 선생도, 그 누구도 괴물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엔딩 장면이다. 폭풍우로 인해 산사태가 일어난 날, 미나토와 요리가 산속에 있는 둘만의 아지트인 망가진 열차 안에 들어가 넓은 풀숲을 둘이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영화는 끝이 난다. 어른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자신들의 감정이 거부당하는 현재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둘이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해맑게 웃으며 뛰어다니는 장면이 잊히지 않았다. 장면만 보면 해피엔딩 같으면서도 너무나 화사하고 행복하게 담긴 결말이 현실에선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이 씁쓸함을 남겼다.영화를 보고 난 후 관람평을 찾아보다 누군가 괴물일까 영화 내내 찾으려 하는 내가 제일 괴물 같다는 문장을 읽고 난 후 머리를 한대 맞은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에 괴물은 그 누구도 아니다. 그저 각자가처한 상황과 사회 관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들을 내 시선에 맞추며 괴물은 누구인지 찾던 내가 조금 부끄러워졌다.이 영화는 단순히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시선과 편견이 얼마나 쉽게 누군가를괴물로 만들어버리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누군가를 괴물로 단정 짓기 전에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의 틀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 을 추천한다.글 한선영 기자
  • 등록일2025-04-09 12:19:21
[548호] 진정한 가족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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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고민거리를 던지는 책들이 있다. 나에게 페인트는 바로 그런 책이다.페인트는 저출산 시대가 이어지자, 정부가 직접 아이들을 양육하는 정책을 도입한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이 정책 아래 아이들은 NC센터에서 자라며, 아이가 면접을 통해 원하는 부모를 선택할 기회를 부여한다. 이 부모 면접 과정을 페인트라고 부른다.NC센터에서 자란 아이들 중 입양되지 않은 아이들은 20세가 되면 센터를 떠나 자립해야 하는데, 이때 NC출신이라는 꼬리표로 인해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하루빨리 입양되어 꼬리표를 떼길 원한다.주인공 제누301은 곧 성인이 되지만, 페인트 과정에서 여러 번 실망한끝에 가족 찾기를 포기하고, 사회에 나가기 전에 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쌓기 위해서 페인트를 진행한다. 그러나 본인의 예상과 다르게 진정으로 자신의 편이 되어 줄 사람을 만나게 되어 다른 아이들과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색칠해 나간다.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독서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였다. 아무이유 없이 골랐던 책이었지만, 다 읽고 난 후 깊은 생각에 빠졌다. 평소 당연히 여겼던 부모와 자녀라는 관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소설 속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부모상을 그리고 페인트를 하면서 면접 대상이 자신의 부모상과 맞는지 확인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한 걸음 더나아가, 자신이 부모의 기대에 부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필요에 의해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가족이 되길 원한 것이다.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한 번이라도 부모님기대에 맞는 자녀인지 고민해 본 적이 있었을까? 나는 완벽한 부모를 원하면서도, 내가 부모를 위해 노력한 적은 있었을까? 어쩌면 나는 가족이라는 관계가 불완전한 것이며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이처럼 페인트는 가족과 부모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며 자식으로서의 내 모습을 반성하게 하는 작품이다. 책을 통해 가족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경험하고 싶은 학우들에게 페인트를 추천하고 싶다.글 정수빈 기자
  • 등록일2025-03-12 12:29:20
[548호] LCIC에서의 한 달: 성장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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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대학 국제교류원에서 진행하는 맞춤형 글로벌역량강화 해외연수를 통해 지난 1월부터 한 달간 필리핀 세부 막탄섬에 있는 세부 라푸라푸 국제대학교(LCIC)에 다녀왔다.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고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도망치지 말고, 부딪혀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경험을 쌓고 실제로 말을 해보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자신을 해외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놓고 싶었다.아침에 일어나서 오후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하루 종일 영어를 듣고 영어로만 대화했다. 힘들지만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내가 원하던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주는 입에서 영어가 나오질 않고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말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러다 학교 OT 날 인상 깊었던 한 문구를 떠올리게 됐다.Time is so fast, After graduation, 4weeks feel like 4 days. Then Dont be shy. 이 말처럼 시간은 금방 지나갈 테니 주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고자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은 인사말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아침 인사, 점심 인사, 저녁인사를 건넸다. 그 인사는 점점 길어지더니, 간단한 대화로 확장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질문을 주고받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나중에는 대화 중에 내가 먼저 질문을 하고,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대화가 이루어졌다.연수 중 많은 학우와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협업과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대만 학우들이 한식을 먹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해 직접 알려주었고, 필리핀 학우들은 나를 인기 있는 현지 식당에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며 문화를 나눴다. 또, 일본 학우들과는 오슬롭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나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LCIC에서 만난 키라라와의 교류였다. 필리핀 현지 음식을 함께 즐기며 영어로 대화를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문화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나에게 여러 일본인 학우를 소개해 주었다. 각자 어떻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러한 대화는 영어를 배우는 단순한 목표를 넘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주었다.기자수첩을 통해 학우들에게 내가 겪었던 경험을 널리 알려주고 싶다. 이번 연수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실수는 배움의 기회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앞으로도 영어뿐만 아니라, 삶에서 만나는 모든 도전에서 주저하지 않고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글사진 이현준 기자
  • 등록일2025-03-12 12:28:51
[547호] 국장의 변
  •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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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47호에 실릴 마지막 기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기사를 쓸 수 있을 거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막상 노트북 앞에 앉으니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다음 달에도, 그다음 달에도 똑같이 아이템 회의를 진행하고 기사를 쓸 것 같은데 이다음이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뒤숭숭하다.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신문사 수습기자로 활동하게 되었을 때는 날아갈 듯이 기뻤다. 호기심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았던 1학년 때는 기회가 되는 대로 선배 기자들을 따라다니며 취재하는 법을 배웠다. 2학년이 돼서는 학술부장으로 활동하며 지면을 구성하고, 1학년 때 내가 배운 것들을 멘티들에게 알려주며 정기자로서 입지를 다져갔다. 그리고 기획부장을 맡았던 3학년을 지나, 올해는 국장으로 활동하며 신문사에서 마지막 해를 보냈다.수습기자의 변을 쓸 당시만 해도 떨리는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었는데 이제는 서너 시간을 붙잡고 있던 글도 한두 시간이면 뚝딱 완성한다. 그만큼 많은 양의 기사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몇 백 편의 기사를 작성하면서 머릿속에서 잊혀진 글도 많지만 유독 쓰면서 고생했던, 기억에 남는 기사 몇 편은 여전히 선명하다.코너 기사 중 북유럽에 대한 글을 썼을 때는 밤을 새우며 기사를 작성했다. 관심 있는 주제였던 만큼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컸기 때문이다. 여러 서적과 통계 자료를 찾아가며 한국인이북유럽에 살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내리고 싶었다. 기사 작성을 마치고 저장 버튼을 눌렀을 때의 뿌듯함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다.기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고 느낀 순간은 지난 5월 생활디자인학과 학우들을 만났을 때였다. 대학 측의 일방적인 폐과 통보에 억울함을 토로하던 학우들은 인터뷰 말미에 나에게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한 시간이 넘도록 학우들의 생각을 듣고 이를 대변하는 기사를 작성했을 때, 대학 신문의 존재 가치를 비로소 깨달았다. 수습기자의 변에서 학생과 학교의 의사소통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당당히 밝혔었는데 그 소망을 조금이나마 이룬 것 같아 기뻤다.어렸을 적부터 글쓰기는 나에게 자기해방 같은 존재였다. 옳은 것은 옳다고,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해야 하는 내 삶 속에서 신문사 활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좋은 창구가 되어주었다.올해 국장을 맡으면서 힘든 순간도 분명 있었지만 함께 해준 이들 덕분에 마지막까지 별 탈 없이 기자 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 올겨울은 유독 춥다. 지인들에게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라는 한마디조차 진심으로 건네기 어려운 시기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기자들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에서 학우들을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글을 쓸 수 있길 바란다. 여전히 하고 싶은 말도, 해야 할 말도 많지만 여기서 이만 글을 줄이겠다. 우리 대학 신문사의 무궁한 발전과 학우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빈다.글 이연서 기자
  • 등록일2025-01-08 14:07:18
[547호] 사랑의 또 다른 의미
  •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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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는 2018년에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로, 여자주인공 팡샤오샤오는 배우 주동우가 남자주인공 린젠칭은 배우 정백연이 맡아 연기했다. 영화 는 흔히 볼 수 있는 사랑 이야기와는 다르다. 이상적인 사랑보다는 현실적인고민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적 지위와경제적 안정, 개인의 꿈과 사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2020년 중국 멜로 영화 흥행 순위 1위를 차지했다.팡샤오샤오와 린젠칭은 폭설에 뜨지 못한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둘은 10년 전 추억을 떠올리며 영화는 시작된다. 2007년 중국 최대명절인 춘절에 귀향하는 기차 안에서 팡샤오샤오와 린젠칭이 만나게 된다. 둘은 베이징에 살면서 성공을 꿈꾸는 청춘이라는 공통점과 같은 고향 사람인 것을 알게 된 후 친구가 되었고 이후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팡샤오샤오와 린젠칭은 베이징 생활이 힘들었지만, 서로에게 의지하고 견디며 살아간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점점 높아졌고, 게임 개발자를 꿈꾸던 린젠칭은 게임 중독에 빠지며 팡샤오샤오와의 관계는 끝이 난다.둘 사이의 이별은 린젠칭의 자극제가 되어 결국 린젠칭은 게임을 출시하고 이 게임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하며 그가 바라던 성공에 가까워진다. 이후 그녀가 바라던 베이징에 집 있는 남자가 되기 위해 집을 구매해 그녀를 찾아가지만, 팡샤오샤오가 그를 거절하며 두 사람의 관계는 마무리된다.영화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린젠칭이 개발하는 게임 시나리오를 팡샤오샤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시나리오를 들은 팡샤오샤오는 이언이 켈리를 못 찾으면 어떻게 돼?라는 질문에 그는 이언이 켈리를 끝내 못 찾으면, 세상은 온통 무채색이 돼라고 답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이언은 린젠칭을 켈리는 팡샤오샤오를 의미한다. 이 장면은 영화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난다.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로 보여주며 두 사람의 관계와 감정을 그려내는 모든 장면의 전체적인 연출이 린젠칭이 언급했던 무채색을 활용한다는 점이 영화 의 주요 특징이다. 두 사람은 단순히 사랑이란 감정만을 교류한 사이가 아닌, 베이징이란 낯선 도시에서 서로 의지하며 성공을 향해 달려온 청춘이고 삶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 준 존재이다. 서로가 있어 행복했고, 서로가 있어 힘든 순간도 견뎌왔기 때문에 둘이 함께했던 과거는 유채색으로 표현되고 함께하지 못하는 현재는 무채색으로 표현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对不起(미안해)라는 문구가 화면에 등장하면서 이언이 켈리를 만나게 된다. 이때 게임 속 화면이 무채색에서 채색으로 전환되며 무채색이었던 팡샤오샤오와 린젠칭의 세상에 도색이 물들기 시작한다.영화를 보면서 이러한 연출이 독특했고, 영화 내용 중 한 부분을 반영해전체적인 연출로 표현함으로써 영화 가 관람객에게 정서적 여운을 남겼다고 생각했다. 또한, 현재를 살아가는 20대들에게도 이 영화는 깊은 울림을 준다. 사랑은 단순한 이상과의 관계를 넘어, 함께 청춘의 버팀목이 되어 주는 특별한 감정일 수 있다. 린젠칭과 팡샤오샤오의 사랑은 아프고 슬프게 끝났지만, 시간이 지나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으로 변하며 사랑의 또 다른 의미를 보여준다.영화 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그 사랑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영화 는 사랑이란 감정의 다양한 단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영화를 통해 지난 사랑의 진심을 만나보는 것은 물론, 지금의 사랑을 더 소중히 여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글 조혜원 수습기자
  • 등록일2025-01-08 14:06:51